11일 영화계에 따르면 넷플릭스와 '승부' 측은 '승부'를 넷플릭스 영화로 공개하기로 합의하고 막바지 조율 중이다. '승부'는 자신이 길러낸 제자와 피할 수 없는 승부를 벌여야만 하는 바둑 명인의 이야기. 바둑의 전설인 조훈현 9단과 이창호 9단, 라이벌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스승과 제자의 실화가 바탕이다. '보안관' 김형주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영화사 월광에서 제작했다.
병헌과 유아인이 바둑의 전설이자 스승과 제자이며 운명적인 라이벌이었던 조훈현 9단과 이창호 9단을 연기했다. 이병헌과 유아인이 연기 호흡을 맞추는 건 '승부'가 처음이라 영화계 안팎의 관심이 쏠렸다.
'승부'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속에서도 시나리오 완성도와 이병헌, 유아인이라는 배우들의 출연 등으로 투자가 완료돼 2020년 12월 크랭크인해 2021년 4월 크랭크업했다. 이후 '승부'는 후반 작업을 하면서 개봉을 준비해왔으나, 여러 사정 등으로 여의치 않게 됐고, 넷플릭스의 요청 등으로 수개월 동안 협상 끝에 마침내 넷플릭스 영화로 개봉하게 됐다.
넷플릭스는 '사냥의 시간'을 시작으로 '승리호' '콜' '차인표' '낙원의 밤' '야차' 등 팬데믹 기간 개봉이 힘들어진 한국영화들의 모든 권리를 사들여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 한국을 비롯해 전세계로 공개해왔다. 이후 한동안 자체 오리지널 영화 및 시리즈물에 전념해온 넷플릭스는 '승부'의 완성도와 이병헌 유아인이라는 '빅카드'에 주목해 이 같은 계약을 진행했다는 후문이다.
한편 '승부'가 넷플릭스 영화로 공개가 예정되면서 팬데믹 기간 동안 개봉을 못해온 한국영화들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올해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그간 개봉을 못해왔던 한국 상업영화들이 잇따라 개봉하고 있지만 일부 작품들을 제외하고는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산' '비상선언' 등 올여름 극장 화제작이 VOD서비스를 거치지 않고 곧장 OTT서비스인 쿠팡플레이에서 공개되는 등 기존 홀드백(극장 개봉 뒤 온라인 등 2차 플랫폼 공개까지 걸리는 최소기간) 공식이 허물어지고 있으며, '승부'라는 한국영화 기대작이 넷플릭스로 직행한 것이라 영화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는 3년 연속 인상된 극장요금의 나비효과이기 때문이다.
팬데믹 기간 동안 개봉을 못해왔던 한국영화들이 속속 극장 개봉을 확정하고 있지만 계속 뚜렷한 성과를 못낼 경우 꼭 극장 개봉을 고집할 이유가 없어지게 됐다. 3년 연속 인상된 극장요금이 관객이 극장을 찾는데 발목을 잡고 있는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만큼, 영화계의 협의가 필요하게 된 셈이다. 한국영화기대작들이 개봉을 꺼리고 OTT행을 택하게 되면, 결국 그 손해는 극장과 IPTV업체들이 입게 되기 때문이다. 내년 극장 개봉을 계획 중인 한국영화들은 많지만 2024년 개봉을 계획 중인 영화들은 투자가 적어 많지 않다는 점도 위험 신호다.
'한산'과 '비상선언'의 쿠팡플레이 직행과 '승부'의 넷플릭스행은, 한국영화계가 다시 머리를 맞댈 시기라는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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